"잘 던져도 기회가 안오더라" 1군 부름 0→시즌 후 방출…37세 노장에겐 너무 큰 시련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서른을 넘긴 투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1군 선발이나 필승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 대체 선발 후보로 분류되어야 하죠. 그렇지 못하면 방출의 길로 가게 됩니다."

최근 은퇴한 한 투수의 씁쓸한 고백입니다. '1군 추격조' 역할을 두고 젊은 투수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명이었죠. 그의 말대로 대체 선발 자리에서 밀려난 그는 방출을 당하고, 새 팀을 찾지 못해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신정락(37) 선수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때 '마구돌이'로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공으로 유명했던 그는 LG와 한화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큰 시련을 겪었지만, 2022년 훌륭하게 재기하며 롯데로 이적했습니다. 지난해에는 34경기에서 29이닝을 소화하며 4승 1홀드,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2024년 불펜 난조와 5선발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박진, 김강현, 송재영 등 경험이 적은 투수들부터 정현수, 박준우 같은 신인들까지 1군 기회를 받았고,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신정락 선수는 올해 1군에 단 한 번도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18경기에서 20⅔이닝을 소화하며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2.18로 호투했지만, 결국 9월 말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발표 3일 전쯤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정락 선수의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타 팀들도 명단 정리 중이며,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이 리그의 절반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새 팀을 찾으려면 시즌 종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트레이드와 방출을 경험한 베테랑이었기에 더욱 씁쓸함이 컸습니다.

1군 등판은커녕 콜업조차 없었던 이유를 묻자, 신정락 선수는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1군에서 제 공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구속은 무리하면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실전에서 잘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퓨처스에서도 6월 이후 한동안 등판이 없던 그는 9월에 3경기 무실점 호투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신정락 선수는 폭염과 우천 취소 때문이었고, 부상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부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신정락 선수의 구위가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팀적으로 젊은 투수들을 키우고자 한 방침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리그에는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홀드 부문 1~3위를 차지한 SSG의 노경은(40), 삼성의 임창민, LG의 김진성(39) 등은 여전히 리그 톱클래스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동갑내기 팀 동료인 김상수(37)도 올 시즌 1군에서 꾸준히 중용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정락 선수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습니다. "최근 2년 성적도 괜찮았고, 올해는 이것저것 바꿔본 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선수 생활의 막바지이기도 하니까, 1군에서 통할지 궁금했습니다. 아쉬움이 큽니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사실 야구적으로는 공부를 많이 한 시간이었습니다. 2군에서 젊은 투수들의 폼도 봐주고, 여러 가지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2의 야구 인생을 하게 된다면, 준비하는 기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일단 좀 쉬면서 타 팀의 연락을 기다려보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